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날들

고등학교 2학년,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하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재외국민 전형을 목표로 원서를 접수해야 했다.
재외국민 전형에는 몇 가지 구분이 있었다. 3년제, 9년제, 그리고 12년제. 12년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해외 학교를 다닌 경우에만 해당했고, 나는 조건이 맞지 않았다. 그렇지만 3년제로도 충분히 수시전형에 이점이 있었다.
당시 내 꿈은 의사였다. 하지만 외국에서 바로 한국에 있는 의대에 진학하는 건 어려웠다. 그래서 생명과학 분야로 전공을 정하고, 의학 전문 대학원에 진학을 상상하며 입시를 준비했었다.
이과를 선택한 이유와 수학과의 싸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이과와 문과를 선택해야 했다. 나는 과학을 좋아했고, 꿈도 의료계열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과를 선택했다. 다만 문제는 수학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수학은 늘 큰 벽이었다. 공부를 해도 나는 정답을 찾기 보다 원리를 더 궁금해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천상 문과생인데, 어떻게 이과반 생활을 한건지 의아하다.
그렇지만 입시를 위해선 이과반에 들어가야 했다. 대학 입시는 수시 전형으로 지원했지만, 학교별로 자체 시험이 있었다. 특히 겨울방학 동안은 수학 시험 준비에 매달렸다. 다행히 학교 수학 선생님께서 한달동안 점심도 먹여가시며 도움을 주셨고, 시험 대비를 열심히 했다.
솔직히 말하면, 준비는 했지만 자신은 없었다. 식곤증에 졸기 일수였으니까. 그래도 그때는 매일 포기하지 않고 연습했다는 사실만은 자랑스럽다.

영어 시험과 준비 과정
입시 준비에서 영어를 빼놓을 순 없었다. 나는 SAT를 선택했다. 사실 재외국민 전형에서는 SAT 점수가 직접 반영되진 않았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나 기타 증빙 자료로 준비 과정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 나는 SAT 2(과목별 시험) 생물학 시험과, 국제 생물 경시대회 출전하여 학교에서 가장 고득점을 얻은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돌이켜보면 면접때 면접관들의 흥미를 끈 것도 그런 기타 서류들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고3 학생들을 위해 겨울방학 동안 캠프를 운영했다. SAT 준비반, 토익 준비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덕분에 영어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방학 때도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꽤 도움이 됐다. 긴 독해 지문을 매일 읽고, 문제를 풀면서 자연스럽게 독해력과 논리력이 올라갔던 것 같다.

대학 원서 접수와 시험
최종적으로 나는 총 6개 대학에 원서를 접수했다.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된 게 있다. 원서비용이 꽤 비싸다는 것.
인서울 대학 다섯 곳과 경기권 대학 한 곳에 지원했다. 내 기억으론 대략 100~120만원 정도의 원서비가 지출되었던 것 같다.
당시 대입 시험은 대학마다 문과는 영어, 가끔 국어시험도 있었고, 이과는 영어와 수학 시험이 있었다. 영어 시험은 그동안의 노력이 배신하지 않았다. 문제 유형도 익숙했고, 시간 안에 무난히 풀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평가하기를 내가 중학생때 치뤘던 중간고사 수준이었다. 물론, 이전글에서 소개했듯 나는 이미 그 때부터 문법은 200문제가 넘는 시험들을 상대했으니, 한국에서의 영어시험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면 수학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백지를 내지는 않았지만, 정답을 확신하며 답안을 적은 문제는 많지 않았다. 시험을 마치고 나올 때는 아쉬움이 컸지만, 응원을 와준 어머니와 사촌누나와 함께 찜닭을 먹으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는 입시의 통과 여부보다, 드디어 끝났다는 후련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다음 이야기 예고
대입 결과와, 고3 생활 이야기는 다음 글에 이어가려 한다. 그 시절의 긴장과 희망, 그리고 약간의 씁쓸함을,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