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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재미있고 특이했던 영어 공부 생활

theleaf99 2025. 4.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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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배운 사회과학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나는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영어를 배웠다. 우리 학교에서는 사회 과학 과목을 영어로 가르쳤다. 단순히 영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영어로 세계사를 배우고, 지리를 배우고, 사회학을 배웠다.
 
당시에는 그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주어진 교재를 받아들고, 수업에 따라갔다. 교재는 꽤 두껍고, 내용도 복잡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책들은 대학교 1학년 교재였다. 중학생이 대학 교재로 수업을 듣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선생님들은 그걸 그대로 읽으라고 하진 않았다. 중요한 부분만 골라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해주셨다. 중학교 수준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하셨다. 영어로 배운다고 해서 어려운 단어를 억지로 외우게 하거나, 암기만 강조하지도 않았다. 대신 이야기처럼 수업을 풀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로 생각하고 대답하게 했다.

세계사를 배울 때는 문명의 흐름을 따라가며 나라별 특징을 이야기했고, 지리 시간에는 각 지역의 문화와 기후를 영어로 설명했다. 사회학 시간에는 인간 관계, 사회 구조 같은 주제를 다뤘다. 모두 영어로 말하고, 영어로 질문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심리학, 국제사회 같은 과목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에 와서 교양 수업으로 같은 과목을 듣게 되었을 때, 그 때 배운 내용들이 내 속에 녹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영어만 배운게 아니라, 선행학습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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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호그와트같은 경쟁 시스템


학교 생활 중 또 하나 특별했던 점은, 학교 안에서 ‘House’ 시스템이 있었다는 것이다. '해리포터'의 호그와트처럼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Grade 7~Grade 12) 학생들을 네 팀으로 나누어 1년 동안 경쟁하게 했다. 

우리 학교는 선교사 국제학교였기 때문에, House 이름도 독특했다. Eagle, Man, Lion, Bull. 모두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상징들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학기 초에 무작위로 배정된 House에 속하면, 그해 내내 같은 팀으로 활동했다.
 
한 팀으로 영어 토론 대회, 팝송 경연, 밴드 공연, 영어 발표회 같은 여러 행사에 참가해 점수를 쌓았다. 방과후 시간에 팀마다 모여서 누가 나갈지 회의도 하고, 같이 강당을 빌려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본 행사마다 1등, 2등, 3등 순위가 매겨졌고, 연말에 총점을 집계해서 시상했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학창시절 대부분의 추억이 이 House 활동 안에 녹아 있었다. 어떤 해에는 영어 연극을 하기도 했고, 또 어떤 해에는 밴드를 만들어 무대에 서기도 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선후배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같이 웃기도 했다.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쓰게 된 것이 더 컸다. 문장을 틀리든 말든 무대 위에서는 어쨌든 영어로 소통해야 했고, 서로 격려하고 수정해가면서 준비했다. 그 과정이 쌓여서, 영어를 말할 때 느껴지는 부담감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 시절에는 그저 즐거웠다. 영어를 배운다는 생각보다, 친구들과 뭔가를 함께 해낸다는 기분이 더 컸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런 경험들이 내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자신감을 키워준 시간이었다고 느낀다.

억지로 문법을 외우거나 시험 준비만 했다면, 아마 지금처럼 영어를 자연스럽게 쓰지 못했을 것이다. 경험 속에서 배우고, 부딪히며 성장하는 과정을 가진 것.
그게,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영어 공부 방식이었다.